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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사업/간행물 원고

<2016년 겨울호> 참삶을 가꾸는 민들레반 지리산 종주 이야기

<좋은 건, 같이 보자>

참삶을 가꾸는 민들레반 지리산 종주 이야기

김명중 / 홍동초등학교 6학년 교사 





 

 

교단에 들어서기 전 지리산종주를 한 경험이 있었다. 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은 나는 지리산종주를 해내며 큰 자신감을 얻었다. 자연 속에서 얻은 감동 또한 오랫동안 나에게 힘이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만나면 꼭 지리산종주를 함께 해보고 싶었다. 아이들을 만난 지 십 년이 지나 그 꿈을 이뤘다.

 

이번 지리산종주 큰 목표는내 삶을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첫째, 몸으로 겪기. 둘째, 삶과 일치하는 공부하기. 셋째, 자연 속에서 배우기. 넷째, 힘든 것을 이겨내고 배려하는 마음 배우기로 작은 목표를 잡았다. 아이들 목표도 종주 마지막 준비를 하며 각자 스스로 세워보았다. 모두 다치지 않고 재미있게 다녀오기, 웃으면서 짜증내지 않고 다녀오기, 내 성격 고치기, 아무리 힘들어도 짜증내지 않기, 주변사람들 힘들게 하지 말고 꿋꿋이 버티기, 고생을 이겨내는 방법 알기, 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내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상쾌한 공기 맛보기, 음식 남기지 않기, 하루에 한 번씩 웃기... 나보다 더 뜻있는 목표를 세워 참 뿌듯했다.

 

단번에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지리산종주가 아니기 때문에 한 학기 동안 체력을 기르기 위해 애썼다. 학교 둘레길 걷기와 줄넘기, 지역에 있는 용봉산, 오서산을 오르며 다리 힘을 길렀다. 학부모들도 함께 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다. 산행 방법, 산행 시 안전교육, 아이들 체력 점검, 조 편성 및 이동형태들을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드디어 지리산종주 날이 다가왔다. 새벽에 출발하는데 부담을 느껴 일정이 34일로 늘어났다. 수업을 마치고 버스로 지리산 근처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고 안전교육과 다음날 일정을 안내하고 일찍 잠을 잤다. 다른 때 같으면 들떠서 장난치고 떠들며 잠을 안 잔다고 할 아이들이다. 그런데 아이들도 걱정 반 긴장 반으로 모두들 조용히 잠이 들었다.

 

첫날: 성삼재노고단 (2.5km, 1시간 30)

새벽 4시에 일어나 성삼재주차장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도착하니 가을이지만 겨울날씨 같은 찬 기운에 아이들이 조금 놀란 모습이다. 신발과 배낭끈을 바짝 조이고 파이팅하며 출발했다. 새벽 일찍 출발해 약간 피곤해보이지만 다행히 아이들 몸이 가벼워 보인다. 헤드랜턴을 켜고 조별로 산책하듯 걸어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다. 점점 동이 터오는 새벽빛을 보며 여기저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첫날: 노고단화개재 (6.3km, 5시간)

아침을 든든히 먹고 화개재를 향해 출발했다. 코스가 완만하고 험하지 않아 힘들지 않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 그래도 이번처럼 오랜 시간 산행을 한 경험이 없어 40분 산행, 10분 휴식 원칙을 될 수 있으면 지키며 갔다. 중간에 도착한 삼도봉은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가 걸쳐있는 곳이다. 불과 1초 만에 도 경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순간이동을 한다고 좋아한다.

점심은 노고단 대피소에서 싼 주먹밥으로 먹었다.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들도 주먹밥 하나로 부족하다고 투정이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서로 나누어 먹는다. 점심 먹고 출발하기 전 물을 떠와야 한다. 물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십여 분 내려가야 하는 뱀사골 대피소다. 몇 명이 물을 떠오자고 말했지만 모두 힘들고 지쳐있어 쉽게 손을 들지 않는다. 그래도 힘내자는 몇 마디 던지니 물을 떠오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제법 나온다. 대견하다. 몸으로 나눔과 배려를 배운다.

 

첫날: 화개재연하천 대피소 (4.2km, 4시간)

거리는 오전 코스보다 짧지만 계속 되는 산행에 아이들도 힘들어 보인다. 길도 험하고 가파른 바위도 많아 더욱 지쳐간다. 아이들도 점점 체력에 따라 거리도 벌어져간다. 체력이 좋은 아이들과 중간 정도 아이들을 붙여주고 뒤처지는 아이들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일대일로 붙어 이동했다. 몇 아이들은 뒤처지는 아이들이 걱정돼 함께 갔다. 가장 앞 조는 5시 정도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장 끝 조도 다행히 어둑해질 무렵 여섯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대피소에 짐을 풀고 저녁밥 준비를 했다. 점심을 주먹밥으로 먹어 다들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저녁이 되니 날씨가 겨울처럼 추워진다. 따뜻하게 입고 밥과 국을 준비한다.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아이들은 지금까지 먹어본 고기 중에 가장 맛있다고 극찬을 한다. 여기저기 다리,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대피소에서 몸 상태를 확인하고 서로 어깨를 주물러준다. 가장 힘든 첫날을 크게 아픈 아이들 없이 무사히 마쳤다.

 

둘째 날: 연하천벽소령 (3.6km, 3시간)

전날 보다 거리는 짧고 코스를 장터목 대피소가 아닌 세석 대피소로 줄여 여유 있었다. 오전은 벽소령까지 3.6km 구간이다. 아이들은 전날 푹 쉬어서 그런지 몸 상태가 좋다. 어제 일정을 무사히 소화해 자신감도 붙었다. 산길도 완만하고 오르고 내려가는 길들이 반복이 되며 재미있게 갔다. 아이들도 어제 오후와 다르게 친구들과 얘기도 나누고 둘레 경치도 감상하며 목적지를 향했다.

 

어제 저녁밥 거리로 먹기는 했지만 아직 묵직한 배낭때문에 어깨가 많이 아프다고 한다. 쉴 때 배낭을 내려놓고 어깨와 허리를 서로 주물러 주도록 했다. 자기가 먹고 잘 것들은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한다. 부모님이 대신 해주고 도와줄 수도 없다. 혼자 이겨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수학여행을 온 거다. 그게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힘이고 바탕이다. 연하천에서 아침을 먹고 여유를 부린 탓에 12시가 돼서야 벽소령에 도착을 했다.

 

벽소령에서 점심을 먹었다. 라면에 반찬도 보잘 것 없지만 꿀맛이다.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가는 짐도 아이들이 기뻐한다. 먹고 나온 쓰레기들은 다시 가져가야 되기 때문에 배낭 부피는 여전하다. 아이들은 먹고 치우며 환경을 배운다. 산과 함께 하는 마음을 배운다. 삶을 배운다.

 

둘째 날: 벽소령세석 대피소 (6.3km, 4시간 30)

점심을 먹고 다시 등산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이제 종주 일정만 보면 절반을 넘어왔다. 세석 대피소에 도착하면 천왕봉도 코앞이다. 아이들을 격려하고 파이팅하며 힘차게 출발했다. 출발할 때 물은 조금만 떠갔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가면 샘터가 있어 이곳에서 물을 뜨기로 했다. 한 번 정도 쉬고 중간 선비샘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피로가 쌓인 듯 산행 속도가 다소 늦어졌다. 두 시간이 돼서야 선비샘에 도착했고, 뒤처지는 아이들은 함께 만나지 못했다. 가장 뒤에 오는 아이들을 받쳐주는 학부모는 어제와 바꿨다. 중간 중간 아이들 몸 상태를 점검하며 이동했다.

 

선비샘을 지나 세석 대피소까지 가는 길은 예상보다 더 험했다. 바위가 많아 줄을 타거나 기어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오르막도 많아 땀이 뻘뻘 나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아이들도 힘든 코스에 걸음을 자꾸 멈췄다. 쉬는 간격이 자꾸 줄어가 산행과 쉬는 시간을 맞추도록 했다. 자꾸 만나는 계단도 만만치 않았다. 바닥을 보고 이곳은 평지라고 주문을 외우며 올라간다. 숨은 턱턱 막히지만 친구들이 오르니 함께 오른다.

 

가도 가도 세석 대피소는 나오지 않는다. 거리는 1km가 남았다. 분명 그 정도 거리는 지났는데 목적지는 나오지 않는다. 다 왔다고 몇 번은 거짓말로 아이들을 다독이고서야 도착했다. 가장 뒤 아이들은 여섯시 반이 넘어서 어둑해질 때 도착했다. 먼저 온 아이들이 저녁을 짓고 기다렸다. 모두 안전하게 둘째 날 일정을 마쳤다.

 

셋째 날: 세석장터목 대피소 (4.2km, 3시간)

새벽 5시 기상이지만 아이들은 조금 힘들어한다. 결국 30분이 늦어져 아침을 준비했다. 어깨와 다리가 쑤시고 아파 가볍게 체조를 하며 몸을 풀어줬다. 새벽에 잠을 못 잔 아이들이 몇 있지만 크게 아픈 아이들은 없었다. 서둘러 아침을 먹었지만 세석 일출을 보는 시간은 놓쳐 여유 있게 출발을 했다.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아이들도 힘을 내서 천왕봉을 향했다. 장터목까지 가는 길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날씨도 좋고 산 아래 보이는 구름과 산들이 무거워진 몸을 가볍게 했다.

 

셋째 날: 장터목 대피소천왕봉 (1.7km, 1시간30)

배낭을 내려놓으니 아이들은 날아갈 것 같다고 좋아한다. 장터목으로 내려와 점심을 먹고 하산을 해야 돼서 배낭을 내려놓고 가볍게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 한 아이가 발목이 조금 아파 정상을 올라야 할지 고민을 했지만 아이는 끝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바위도 많고 가파른 길이 많았지만 이제 정상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힘을 내서 올라갔다. 한 시간 남짓 올라 드디어 천왕봉 정상에 도착했다. 모두 다 힘들어했지만 해냈다는 자부심이 얼굴에 묻어났다.

셋째 날: 천왕봉백무동 하산 (7.5km, 7시간)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와 점심을 먹고 백무동 쪽으로 하산했다. 하산길이 오히려 다리에 힘이 풀려 발목을 삐는 사고가 많이 난다. 안전교육을 다시 하고 다리에 힘을 주며 천천히 내려오도록 당부했다.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아이들은 좋아했다. 하지만 하산 길은 만만치 않았다. 오르고 내려가는 길보다 오히려 계속 내려가는 길이 무릎에 무리가 가며 힘들어했다. 넘어지는 아이들도 보였다. 다리를 풀어주고 천천히 쉬어가며 내려갔다. 아이들은 힘든 마음을 노래를 부르며 달랬다. 내려올수록 날씨는 따뜻해졌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하산 길도 묵묵히 내려오니 보였다. 구름다리를 건너 대나무 숲을 지나 드디어 백무동 입구에 도착했다. 선두는 다섯 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지만 가장 마지막 아이들은 어둑해지는 여섯 시가 넘어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너무 애썼다고 격려하고 서로 모두 안아주며 지리산종주 대장정을 마쳤다.

 

아이들은 소감을 물으니 대부분 다시는 지리산에 안 온다고 소리친다. 그래도 몇 아이는 뿌듯하다는 아이도 있고,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또 한 아이는 오르막이 있을 때 내리막이 있으면 좋겠고, 내리막이 있을 때 오르막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했다. 인생이 그러하지 않은가?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게 인생이다. 교실이 아닌 삶 속에서 배우는 공부가 바로 살아있는 공부가 아닐까? 다시는 지리산에 안 오겠다고 외치는 아이들도 가슴 속에서 꿈틀대는 무언가를 얻었을 꺼라 생각한다. 참삶을 가꾸는 홍동 아이들의 신나는 이야기가 앞으로 더 기대된다.